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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17일 미 콜로라도주(州) 애스펀에서 열린 ‘애스펀 안보포럼’ 현장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보다 인구도 2배 많고, 경제 규모도 100배나 되는 한국을 왜 미국이 보호해줘야 하냐는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유효한 질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는 불편한 일이 되겠지만 한미 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유 민주주의와 실전트레이딩 1번가
시장 경제를 방어하는 더 큰 임무로 전환하는 작업은 모두에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대북 정책 특별대표를 맡아 미·북 대화에 관여한 비건은 “진보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 성공하려면 미국이 자신들과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는 게 지난 1기 때의 교훈”이라고 했다. 다음은 비건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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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에서 ‘북한 비핵화’가 아닌 군축이 현실적이란 얘기가 나온다.
“2017~2018년에도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지지하지 않았고, 미국이 그 길을 선택할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 다른 나라에 미칠 여파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반도 비핵화’란 추상적 용어가 아닌 한국증시
‘북한 비핵화’란 표현을 쓰고 있다. 적어도 공개된 발언만 놓고 보면 비핵화 전략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대북 대화는 재개될 것으로 보나.
“한국의 진보 정부는 트럼프처럼 북한과 직접 대화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편이다. 지난 경험에서 한국 정부가 고려할 점이 하나 있다면 미국을 더 신뢰하라는 것이다.반도체장비주
(문재인 정부 때) 미·북 대화를 하면서 당시 한국 외교부 카운터파트에게 모든 정부를 공유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우리가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고 보지 않았다. 미·북 정상회담 마지막 단계에 발생한 문제들은 여기서 비롯됐다. (한국이) 김정은에게 잘못된 조언을 했을 수도 있다.”
-대북 협상은 대부분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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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하는 건 양보가 아니다.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 달리 북한과 대화하려 했고, 나도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북한은 대화 자체를 우리의 양보로 간주해 협상장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보상을 요구했다. 결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북한과 대화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트럼프 1기 때)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한미 동맹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
“한미 동맹은 초기엔 미국이 폐허가 된 남한을 북한으로부터 방어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보호하는 것으로 진화했다. 이 논리는 지난 70년 동안은 타당했으나 미국의 모두가 여기에 동의하는 건 아니게 됐다. 왜 북한에 비해 인구가 2배고, 경제는 100배인 남한을 미국이 보호해야 하는가? 꼭 트럼프만 이런 문제 제기를 하는 건 아니다. 앞으로의 50년 동맹 유지를 위해선 한반도를 넘어서는 논리가 필요하다. 동맹의 목적을 재검토하고 인도·태평양에 자유 시장, 민주주의를 보호하는 일에 어떻게 통합될지 고민하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필요한 일이었다.”
-한미 관계에 난제가 산적해 있다.
“방위비 분담이나 주한 미군 병력 숫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관한 논쟁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 하고 싶은 조언은 오늘날 세계에서 동맹의 장기적인 목적과 사명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지금은 1919년(1차 세계대전)이나 1953년(6·25 전쟁)과는 또 다른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농산물 시장 개방은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어렵다는 건 잘 안다. 다만 나 자신을 ‘한국의 친구’라 생각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유지하는 건 별로 실익이 없다. 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더 큰 양보를 해야 했고,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용도 매우 컸다. 쌀 관세를 폐지하는 대신 농민들에게 평화·번영을 가져다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한미 정상회담은 언제 해야 하나.
“어떤 지도자든 미국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를 가능한 한 빨리 구축하라고 권장한다. 트럼프의 경우 그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게 특히 더 중요하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그렇게 하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스티븐 비건
1963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나 미시간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장을 지냈고, 포드 부회장으로 일하다 트럼프 정부 1기 때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발탁돼 미·북 대화에 깊이 관여했다. 이후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고 2023년부터 최근까지 보잉의 수석 부사장을 맡았다. 현재는 민주주의 진흥재단(NED)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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